반 포스트모더니즘은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반응으로 등장한 철학적, 문화적 운동입니다.
포스트모더니즘은 보편적 진리, 객관적 현실, 합리성의 가능성에 도전하는 철학적 입장입니다. 언어, 문화, 지식을 포함한 인간 경험의 모든 측면에서 주관성, 복수성, 우발성을 강조합니다.
이에 대해 포스트모더니즘에 대립하는 두 가지 사상이 있는데, 탈 포스트모더니즘과 반 포스트모더니즘이 있습니다.
탈 포스트모더니즘은 말 그대로 포스트모더니즘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을 의미합니다. 기존의 포스트모더니즘이 가지고 있던 여러 문제점을 극복하고자 하는 시도인데, 대표적인 예로는 해체주의 철학 등이 있습니다.
반 포스트모더니즘은 포스트모더니즘 자체를 부정하는 입장입니다. 이를테면 과학기술 발전을 통한 인간 해방이라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이상과는 달리 기술 발전이 오히려 인간성을 파괴한다는 주장입니다. 또한 사회과학 분야에서의 포스트모더니즘 역시 전통적인 방법론 대신 새로운 분석 틀을 제시함으로써 학문 간 경계를 허물어뜨리는 데 기여했지만, 지나치게 주관적이고 비체계적이라는 비판받고 있습니다.
반 포스트모더니즘은 객관적 진실이 없고 모든 지식 주장이 사회적으로 구성된다는 포스트 모더니스트의 믿음을 거부합니다. 대신 인간의 지각과 무관하게 존재하는 실재가 존재하며, 이 실재를 이성과 경험적 증거를 통해 알고 이해할 수 있음을 긍정합니다.
반 포스트모더니즘은 또한 모든 문화적 관습과 전통의 타당성과 합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포스트 모더니스트 경향을 비판합니다. 그것은 일부 문화적 관행과 전통이 다른 것보다 객관적으로 더 우수하며 이성과 비판적 사고를 통해 이들을 구별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반 포스트모더니즘은 보수주의, 자유주의, 신고전주의를 비롯한 다양한 지적, 문화적 운동에 의해 수용되었습니다.
바디우
알랭 바디우(1937~)는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수학자로 존재론, 정치, 윤리에 대한 연구로 가장 잘 알려져 있으며 20세기 후반과 21세기 초반의 주요 철학자 중 하나로 특히나 포스트모더니즘 이후 등장한 사상가 중에서도 영향력이 상당합니다.
바디우의 작업은 마르크스주의, 정신분석학, 형식 논리를 비롯한 다양한 철학적 전통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그의 존재론은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존재 질서의 단절로 정의되는 사건으로서의 ‘존재’라는 개념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혁명적 변화의 필요성과 새로운 형태의 집단행동 창출을 강조하는 그의 ‘정치 철학’의 중심입니다.
그의 대표작 ‘존재와 사건’은 총 7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진리, 윤리, 사랑, 예술, 실존주의 이론을 다루고 있습니다. 진리에 관한 부분에서는 플라톤의 동굴 비유를 통해서 이성 중심의 사고방식으로는 결코 진정한 진리를 발견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윤리에 관해서는 칸트의 정언명령을 언급하면서 타인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도 거짓말을 하지 말라고 주장합니다. 사랑에 관해 논할 때는 라캉의 욕망 이론을 활용하여 타자와의 소통 방법을 알려줍니다.
그는 철학 이외에도 정치적 행동주의로도 유명합니다. 1960년대에 프랑스 공산주의 학생 연합의 회원이었으며 생애 전반에 걸쳐 다양한 좌파 운동에 참여했습니다. 그는 공산주의, 혁명, 저항이라는 주제에 대해 광범위하게 저술했습니다.
랑시에르
자크 랑시에르(1940~1976)는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정치 이론가로 미학, 정치 및 둘 사이의 관계에 대한 작업으로 유명합니다. 평등의 중요성과 정치적 토론에 참여할 수 있는 모든 사람의 능력에 대한 그의 강조는 민주주의와 사회 정의에 대한 논의에서 중요했습니다.
랑시에르의 철학은 모든 사람이 교육이나 사회적 지위 관계없이 정치적, 사회적 논쟁을 이해하고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지능의 평등’이라는 개념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예술과 문학이 지배적 권력 구조에 도전하고 새로운 형태의 정치적 주체성을 창출할 수 있는 방식을 강조하는 미학과 정치 사이의 관계에 대한 그의 작업의 중심입니다.
대표작 ‘무지한 스승’에서는 지식과 권력 사이의 관계를 탐구합니다. 즉 교육이란 사회로부터 받은 권위나 특권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며, 교사는 학생에게 자신의 무지함을 감추면서 동시에 학생들이 스스로 사고하도록 가르칩니다. 또한 인간은 주체성을 가진 존재로서 자율적이고 평등하게 태어나지만, 학교라는 제도 안에서 타자화되어 복종해야 하는 대상으로 전락한다고 주장합니다.
랑시에르는 “지식인은 자기 시대의 지배계급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지식인은 전문가와 달리 특정 분야에만 정통한 사람이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 걸쳐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을 대중에게 전달하면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랑시에르는 이러한 지식인의 특성이 오히려 기득권층으로서의 지위를 강화다고 보았습니다. 지식인은 자본가나 국가권력으로부터 일정한 보호를 받으면서 여러 가지 혜택을 누리고, 지식인은 다른 계급과는 달리 경제적 이익보다는 지적 활동 자체를 목적으로 삼는데, 이것이 바로 ‘무지한 스승’의 모습입니다.
랑시에르는 전통적인 마르크스주의와는 다르게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도 사회주의 혁명이 일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부르주아 내부의 모순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아감벤
조르지오 아감벤(1942~)은 이탈리아 철학자이며, 생명 정치, 주권, 권력과 법의 관계와 같은 주제에 대한 작업으로 유명합니다.
아감벤은 미셸 푸코 및 발터 벤야민과 같은 사상가에게 깊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그는 특히 현대 사회에서 권력이 작동하는 방식과 그것이 우리 자신에 대한 이해와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어떻게 형성하는지에 관심이 있습니다. 그의 작업은 종종 개인이 다양한 형태의 통제와 감시를 받는 방식과 이러한 형태의 권력에 대한 저항 가능성에 초점을 맞춥니다.
아감벤은 아마도 ‘벌거벗은 삶’이라는 개념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이는 생물학적 또는 동물적 측면으로 축소된 인간의 삶에 대한 아이디어를 나타냅니다. 그는 이러한 감소가 현대 권력과 통제의 근본적인 특징이며 개인이 정치 생활에서 배제되고 폭력의 형태에 종속되는 방식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주장합니다.
‘호모 사케르’는 라틴어로 ‘인간’을 뜻하는 호모(Homo)와 ‘살해하다’를 뜻하는 동사 사케르(Sacer)의 합성어로, 근대 이전 사회에서 신성시되어 살해될 수 없었던 인간 존재를 가리키는 말이었습니다. 하지만 근대사회부터는 주권 권력 아래 놓인 모든 인간이 예외 없이 모두 생명 박탈의 대상이 되었고, 이러한 상황 속에서 국가 권력 앞에서 개인은 언제든지 죽을 수 있는 위험에 노출되게 됩니다. 따라서 오늘날 국가는 국민 개개인을 보호해야 하는 의무를 지니지만, 동시에 그러한 의무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는 역설적인 상황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즉, 한마디로 말해 절대주권 하에서 무소불위의 힘을 가진 국가야말로 진정한 의미에서의 '호모 사케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감벤은 모더니즘 시대 이래로 확립된 주체성 개념 자체를 문제 삼으며 해체주의 관점에서 접근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 푸코의 계보학 이론을 적극적으 수용했습니다. 나아가 전통 형이상학 체계 내에서 이성 중심주의 및 합리성의 규범화 과정을 비판하면서 비합리성과 광기, 폭력 같은 현상까지도 새롭게 해석하고자 했습니다. 결국 기존의 질서 체계 안에서 배제되었던 타자성이 새로운 가치로서 복권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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