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모더니즘의 중요한 철학자들과 그들의 사상에 대해 좀 더 알아보겠습니다.
들뢰즈
질 들뢰즈(1925~1995)는 현대 철학, 문화 연구 및 사회 이론에 기여한 것으로 알려진 프랑스 철학자였습니다. 1968년 5월 혁명 이후 1969년 10월 18일 ‘차이와 반복’이라는 책을 출간하며 현대철학사에 큰 획을 그었습니다. 이 책에서는 차이(difference)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서양 형이상학 전통에서의 존재론과 인식론 등 다양한 주제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특히 기존의 플라톤주의나 데카르트 주의 같은 서구 근대 이성 중심주의 사상과는 다른 새로운 사유 방식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습니다. 펠릭스 가타리와의 공동 작업으로 ‘천개의 고원’, ‘안티 오이디푸스’ 등이 있습니다.
들뢰즈의 작업은 확립된 개념에 대한 급진적인 질문과 차이, 생성 및 다중성에 대한 강조가 특징입니다. 그는 주관성의 전통적인 모델을 거부하고 자아는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생성 과정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또한 권력과 통제의 지배적 구조에 저항하는 창의성, 실험, 유목주의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들뢰즈는 인간의 삶을 결정짓는 요소로 시간을 강조했습니다. 그래서 첫 번째 저서인 ‘감각의 논리’에서부터 마지막 저서인 ‘프루스트와 기호들’에 이르기까지 지속해 시간문제를 다루어 왔습니다. 실제로 후기 저작물일수록 시간성이 더욱 강화되는데, 그만큼 시간이야말로 인간의 삶을 규정하는 근본적인 조건임을 주장하고자 했던 것입니다.
모든 사물은 각자 고유한 속성을 지니고 있다고 가정하면, 현실 세계에선 무수히 많은 사물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내가 A라는 물건을 보고 있다면 나는 이미 B, C, D 등 수없이 많은 유사한 물체들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비로소 A라는 물건을 제대로 인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세상엔 셀 수 없이 많은 개체 존재하지만 나에게는 오직 단 하나의 객체만이 존재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왜냐하면 오로지 현재에만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푸코
미셸 푸코(1926~1984)는 철학, 역사 및 사회 이론 분야에 획기적인 기여를 한 것으로 알려진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사회 이론가, 정신 의사였습니다. 그의 작품은 권력과 지식에 대한 비판적 접근과 권력, 지식, 사회제도 사이의 관계, 인간 주체성의 문제 등을 연구한 특징이 있습니다.
특히 광기와 정신착란 증세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 분야에서의 업적으로 파리대학교 의학부 교수로 정신병리학, 정신분석학 강의를 맡아왔습니다. 그러나 점차 학계로부터 고립되어 갔으며, 만년에는 거의 실명 상태였고 실어증까지 겹쳐 고독한 생활을 하였습니다. 저서로 ‘광기의 역사’, ‘임상의학의 탄생’ 등이 있습니다.
대표작인 ‘광기의 역사’에서는 근대사회 속에서 광기와 이성이라는 두 가지 개념을 중심으로 한 시대상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러한 관점은 현대철학에서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푸코의 작업은 크게 세 시기로 나눌 수 있습니다. 초기 작업에서 그는 사상의 역사와 다양한 역사적 시기의 지식 형성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그는 지식이 현실의 중립적 반영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와 권력 투쟁의 산물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중기에 푸코는 권력이 단순히 개인이나 제도에 의해 소유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회적 관계에 스며드는 보편적인 힘이라고 주장하면서 권력과 지식의 관계에 관심을 돌렸습니다. 그는 감옥, 학교, 병원과 같은 기관이 개인을 통제하고 규제하기 위해 감시, 분류 및 정상화를 사용하는 방식을 가리키는 ‘규율 권한’의 개념을 도입했습니다.
그의 후기 연구에서 푸코는 개인이 단순히 권력의 수동적 수용자가 아니라 권력관계에 저항하고 재생산하는 능동적 행위자라고 주장하면서 권력과 주체성의 관계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푸코는 기존의 학설과는 다른 자신만의 독특한 방법으로 접근했는데, 예를 들면 감옥처럼 폐쇄된 공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관찰하며 거기서 발견되는 공통점을 찾고 이를 이론화하는 식이었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고, 일부에선 이단아라고 불리기도 했습니다.
보드리야르
장 보드리야르(1929~2007)는 포스트모던 이론에 대한 영향력 있는 공헌으로 알려진 프랑스 철학자이자 문화 이론가였습니다. 그의 작업은 표현, 시뮬레이션 및 초현실의 개념에 대한 비판적 접근이 특징입니다. 현대사회에서의 상품과 기호체계 그리고 미디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며 포스트모더니즘 이론가로 유명합니다.
1968년 ‘소비의 사회’라는 책을 출간하면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습니다. 이 책에서는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인간들이 어떻게 소비하는지 분석합니다. 또한 생산물보다는 오히려 그것을 소유함으로써 느끼는 만족감이 더욱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즉, 물건 자체보다도 물질의 형태나 물질성으로부터 오는 즐거움이 훨씬 크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사람들은 자신에게 기쁨을 주는 대상을 끊임없이 찾아다니는데, 이를 ‘기호’라고 부릅니다.
보드리야르의 대표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시뮬라시옹’이고, 두 번째는 ‘사물의 체계’인데, 먼저 ‘시뮬라시옹’은 가상현실이라는 개념을 제시하였습니다. 보드리야르의 사상 중 특히 주목해야 하는 부분은 시뮬라크르 현상이다. 시뮬라크르는 원본 없이 복제되는 이미지를 의미합니다.
보드리야르는 현대 사회에서 현실은 시뮬레이션으로 대체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우리의 경험이 더 이상 외부적이고 객관적인 현실이 아니라 미디어와 기술에 의해 생성되고 유포되는 일련의 시뮬레이션에 기반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그는 우리가 현실과 단절되어 시뮬레이션이 현실을 대체하는 초현실 세계에 살고 있다고 믿었습니다.
보드리야르는 현대 사회를 이해하는 데 부적절하다고 생각한 재현의 개념에 대해서도 비판적이었다. 그는 표현이 단순히 현실의 복사가 아니라 오히려 세계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형성하는 능동적 구성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데리다
자크 데리다(1930~2004)는 해체 분야에 기여한 것으로 알려진 프랑스 철학자이자 문학 이론가로 포스트 구조주의 시대를 대표하는 인물입니다. 그의 작업은 언어, 텍스트성, 언어와 의미 사이의 관계에 대한 비판적 접근이 특징이며 해체주의라는 용어를 처음 만든 사람이기도 합니다.
데리다는 언어는 항상 유동적이며 의미는 고정되거나 안정적이지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모든 언어가 ‘차이’로 특징지어진다고 주장했는데, 이 용어는 의미 작용 과정을 통해 의미가 지연되고 끝없이 지연되는 방식을 설명하기 위해 만든 용어입니다. 데리다는 이러한 지연과 차이의 과정이 언어의 특징일 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 경험의 근본적인 측면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데리다는 글쓰기가 단순히 이차적인 의사소통 형식이 아니라 언어의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측면이라고 주장하면서 글쓰기와 말하기 사이의 관계를 탐구했습니다. 그는 글이 모든 의미의 근원이며 말은 항상 글 안에 이미 내재하여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저서로는 ‘그라마톨로지’, ‘마르크스의 유령들’, ‘글쓰기와 차이’ 등이 있으며 특히 ‘그라마톨로지’는 언어학자인 동시에 철학자인 저자가 자신의 전공인 기호학을 기반으로 하여 서양철학사를 새롭게 해석한 책입니다. 또한 다른 저서에서도 기존의 형이상학적 사고방식을 비판하며 새로운 관점에서의 접근을 시도하기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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